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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장례·장묘·추모

무연고 시신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규정은 위헌

 

 

 

헌재,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제12조 제1항 위헌확인

 

헌법재판소는 2015년 11월 26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생전의 본인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된다는 결정을 선고했다.

 

헌법재판을 청구한 손씨(여, 53세)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인 루푸스라는 질병을 앓고 있는 미혼 여성으로 부모는 모두 사망하고 형제들과는 30여 년간 연락이 두절되어 사실상 연고가 없는 사람이다.

 

손 씨는 언론보도를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망 후 그 시체를 인수하는 사람이 없으면 의과대학에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에 청구인은 국선대리인 선임신청을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헌재의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다.

 

헌재의 심판대상 조항은 다음과 같다.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인수자가 없는 시체의 제공 등) ①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은 인수자가 없는 시체가 발생하였을 때에는 지체없이 그 시체의 부패방지를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고 의과대학의 장에게 통지하여야 하며, 의과대학의 장이 의학의 교육 또는 연구를 위하여 시체를 제공할 것을 요청할 때에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요청에 따라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는 ‘시체 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2012. 10. 22. 법률 제11519호로 개정된 것) 제12조 제1항 본문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결했다.

 

그 이유의 요지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 보건을 향상시키고 의학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기 위하여 인수자가 없는 시체를 해부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그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은 인정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5년간 심판대상조항에 의하여 해부용 시체를 제공한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한 점, 실제 의과대학이 필요로 하는 해부용 시체는 대부분 시신기증으로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 점, 시신자체가 아닌 장기나 인체조직에 있어서는 관련 법규에서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식.채취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은 본인이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하는 의사표시를 명시적으로 표시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하지 않고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해부용 시체로 제공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종합하면 침해의 최소성 원칙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심판대상조항이 국민 보건 향상 및 의학 교육 및 연구에 기여하는 공익을 추구하고 있다 하더라도 사후 자신의 시체가 해부용으로 제공됨으로써 침해되는 청구인의 자신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이라는 사익이 그보다 결코 작다고만은 할 수 없으므로 법익 균형성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하여 청구인의 시체의 처분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사후에 무연고 시신이 되더라도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는 것에 반대한 경우에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해서 해부용 시체로 제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한 최초의 사례다.

 

<시사상조신문 www.sisasangj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