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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장례·장묘·추모

230년 전 천주교 최초 순교자 유해 감식은 세계사적 연구 표준

 

송창호 전북대 교수, 학술 세미나 ‘순교자 유해 분석 방법과 성과’ 발표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권상연, 윤지충과 윤지헌 형제의 유해 발굴과 신원 확인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 체질인류학과 유전학, 고고학적 분석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전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사례로, 향후 다른 유해 발굴 연구의 표준으로 자리할 것이란 주장이 나왔다.

완주군은 지난 9일 오후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 커뮤니티실에서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와 공동으로 ‘최초 순교자 유해 발굴의 의의와 역사 재조명을 위한 과제’라는 주제로 학술 세미나를 개최했다.

송창호 전북대 교수(의과대 해부학)는 이날 ‘순교자 유해 분석 방법과 성과’에 대한 발제에서 세 순교자 유해의 신원확인을 위한 감식 진행 과정과 전북대병원 생명연구윤리심의위(IRB) 승인, 체질인류학적 접근과 유골의 개인식별 방법, 뼈의 비특이적 변이 연구, 전통적인 뼈의 형태학적 분석, 인구학적 접근, 컴퓨터 단층촬영(CT), 순교자 유해의 나이와 성별·신장 추정, 유해의 부계확인 유전자 검사 등 정밀한 분석방법을 소개했다.

송 교수는 “초남이성지에서 발견된 8구의 유해 중 3호와 5호, 8호의 유해 감식 결과는 유해의 외상소견과 사망 무렵 피장자 추정 나이, 성별,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종합했다”며 “묘지에서 발견된 묵서명 백자사발 지석과 백자굽다리 접시, 묘지의 위치와 조성 시기, 사료의 고증 등을 종합하여 최종적으로 유해의 신원을 추정했다”고 말했다.

송 교수에 따르면 1791년 신해박해 때 전주 남문 밖에서 참수된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의 유해(5호 유해)는 다섯 번째 목뼈의 왼쪽 부분에서 사망 무렵 골절인 예기 손상, 즉 날카로운 칼과 같은 도구에 의해 절단된 것으로 추정되는 외상소견이 관찰되었고, 충치 소견이 4개의 치아에서 발견되었다.

또 윤지충 유해와 해남 윤씨 친족들 사이에 동일 부계 관계의 성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해남 윤씨 친족들의 Y염색체 부계확인 검사(Y-STR)를 실시해 비교 분석한 결과 윤지충 유해와 해남 윤씨 친족 4명에서 총 17개의 유전자형이 모두 일치해 동일 부계 혈연관계가 성립했다.

송 교수는 사망 무렵 골절(다섯째 목뼈의 예기손상)과 사망 무렵 피장자 나이(29~39세), 성별(남성), Y 염색체 부계확인 검사의 비교분석 결과, 묘지에서 발견된 묵서명 백자사발 지석, 묘지의 위치와 조성시기, 사료의 고증 등으로 미뤄 1791년에 참수형으로 순교한 ‘순교자 윤지충 바오로’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함께 참수형을 당한 순교자 권상연 야고보의 유해(3호 유해) 감식은 같은 방식으로 사망 무렵 피장자의 나이(31~41세)와 성별(남성), Y 염색체 부계확인검사의 비교분석 결과(안동 권씨 친족들과 동일 부계 혈연관계 추정, 묘지에서 발결된 묵서명 백자사발 지석, 묘지의 위치와 조성 시기, 사료의 고증 등으로 미뤄 ‘순교자 권상연 야고보’로 추정됐다.

완주군 고산면(현재 운주면)에서 신앙공동체 활동을 하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동료들과 함께 붙잡혀 능지처사형을 받았던 순교자 윤지헌 프란치스코의 유해(8호 유해) 역시 둘째 목뼈와 양쪽 위팔뼈 아래부위, 왼쪽 넙다리 아래부위의 예기손상 등 사망 무렵의 골절과 피장자 나이(27~37세), 성별(남성), Y 염색체 부계확인 검사의 비교분석 결과, 묘지에서 발견된 백자굽다리 접시, 묘지의 위치와 조성시기, 사료의 고증 등으로 미뤄 윤지헌 유해로 추정됐다.

송 교수는 이와 관련, “한국 천주교의 첫 순교자 유해 발굴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유해 감식 참가자와 발굴된 지석, 고증사료, 유해감식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유해의 신원을 확인한 모범적인 사례로 향후 다른 유해 발굴 연구의 표준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유해의 특이적 외상소견(예기손상)을 통해 우리나라의 참수형 또는 능지처사형으로 사망한 유해를 직접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 결과는 관련된 법의학과 체질인류학, 역사학 등의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교수는 또 “한국에서 최초로 사망 후 200년 이상 경과한 조선시대 후기 유해(넙다리뼈)에서 유전자(Y-STR)를 검출해 생존하는 후대의 친족의 유전자와 비교해 부계 혈연관계를 확인했다”며 “이런 기법은 사망 후 오래된 유해의 신원을 확인하는 연구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파했다.

송 교수는 아울러 유해에서 검출된 유전자와 비교하기 위해 생존하는 친족들을 찾는 데 해남 윤씨와 안동 권씨의 종친회와 족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국내 족보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족보의 보존과 활용 가치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토론에 나선 홍종하 경희대 교수(한국고대사 고고학연구소)는 “이번 연구는 사망 후 200년 이상 경과한 조선시대 후기 유해에서 고DNA를 검출하고 이를 생존하는 후대 친족의 유전자와 비교해 성공적으로 부계 혈연관계를 확인한 것”이라며 “이런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보고되고 있어 향후 국내 고고학과 고고과학 연구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학술세미나에서는 또 이영춘 천주교 전주교구 호남교회사연구소 소장의 ‘한국 천주교회사와 초남이성지의 재조명’에 대한 기조강연과 문윤걸 예원예술대 교수의 ‘초남이 종교문화자산의 지역발전 활용전략’ 발표에 이어 유재은 국립완주문화재연구소 소장과 경희대 홍종하 교수, 윤수봉 완주군의원, 장호수 백제역사도시연구원 원장, 김덕순 유네스코 세계유산해석센터 실장, 이훈상 동아대 명예교수 등이 종합토론과 총평에 나서 관심을 끌었다.

한편 천주교 전주교구는 지난 9월 1일 한국 천주교 최초의 순교자인 윤지충(1759~1791), 권상연(1751~1791)의 유해가 신해박해 때 처형된 지 230년만 발견됐으며, 윤지충의 동생으로 신유박해 때 순교한 윤지헌(1764~1801)의 유해도 함께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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