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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장례·장묘·추모

대법원, '분묘기지권' 지료 지급할 의무 있다…판례 변경

 

남의 땅에 조상묘…땅주인이 토지사용료 청구하면 지료 지급해야

남의 땅에 '조상의 무덤'을 설치하고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고 해도 땅 주인이 사용료를 청구하면 그 시점부터 지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노정희)은 29일(목) 장사법 시행일 이전에 타인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한 다음 20년간 평온·공연하게 그 분묘의 기지를 점유함으로써 분묘기지권을 시효로 취득하였 더라도, 분묘기지권자는 토지 소유자가 분묘기지에 관한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부터의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 종전의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2. 6. 26. 선고 92다13936 판결 등)를 변경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A씨 지난 2014년 경기도에 위치한 임야의 일부 지분을 경매로 취득했다. 하지만 경매로 사들인 이 땅이 지난 1940년 사망한 B씨의 조부와 1961년 사망한 B씨의 부친의 분묘 2기가 설치되어 현재까지 B씨가 위 분묘를 수호·관리하고 있었다.

이에 A씨는 취득일 이후 '분묘기지'에 대한 지료를 B씨에게 청구했지만 B씨는 자신에게 '분묘기지권'이 있으므로 지료를 지불할 수 없다고 맞섰기에 소송으로 이어졌다.

'분묘기지권'이란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를 점유한 자가 취득한다고 본 관습상 물권을 말한다. 따라서, '분묘기지권'이 인정되면 분묘를 관리하는 동안은 땅 주인이라고 해도 함부로 분묘를 철거하거나 철거를 요구할 수 없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며 B씨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하는 경우에도 적어도 토지 소유자가 지료 지급을 청구한 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A씨에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B씨는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했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을 유지하면서 "분묘기지권 행사로 땅 주인은 불이익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토지사용료를 통해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취득시효형 분묘기지권은 분묘기지권자의 이익을 위해 토지 소유권의 행사를 제약하고, 분묘기지권은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계속하는 한 소멸하지 않으므로, 토지 소유자의 소유권 행사가 사실상 영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관습법상 분묘기지권을 인정하는 취지는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위해 필요한 범위에서 타인의 토지를 사용하도록 하려는 것일 뿐, 분묘 소유자와 토지 소유자 중 어느 한 편의 이익만을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며, "토지 소유자로 하여금 일정한 범위에서 토지 사용의 대가를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함으로써, 당사자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전의 사용료까지 모두 내도록 하면 분묘기지권의 의미가 없어지므로 땅 주인이 청구한 이후에 대해서만 사용료 지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분묘기지권은 분묘 수호와 봉제사를 계속하는 한 영구 존속하는데, 분묘기지권이 무상이라고 보면 토지 소유권에 대한 과도한 제한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그에 따라 「장사 등에 관한 법률」 시행 후에는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이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는 견해가 있었으나, 대법원은 2017년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그 관습법의 유효성을 인정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20년간 평온·공연하게 분묘기지를 점유하여 분묘기지권을 시효취득한 경우에도, 조리나 분묘기지권자의 권리행사에 관한 신의성실의 원칙상 토지 소유자가 지료를 청구하면 그때부터는 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이로써 분묘기지권의 시효취득을 인정하여 온 관습법의 취지를 존중하고 분묘의 존속과 법적 안정성을 도모하면서도, 토지 소유자의 일방적 희생을 막고 사유재산권을 존중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하다는 해석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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