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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명/장례·장묘·추모

쪽방촌에서 무연고주민 작은장례 치르다

 

 

 

 

‘직장(直葬)’ 전 장례로 마지막 길 외롭지 않게  

 

서울한겨레두레협동조합(이사장 김상현, 이하 서울조합)과 종로구 돈의동사람의쉼터(소장 이화순, 이하 사랑의쉼터)는 1월 21일(목) 오전 11시 돈의동사랑의쉼터에서 돈의동 쪽방촌 주민 고 김철구씨(54) 추모식을 가졌다.

 

연고가 없어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고인을 위해 두 단체가 상주로 나선 것이다.

 

이날 장례식에는 지역주민, 구청, 동주민센터 직원 등 100여명이 참여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장례식의 주인공 김씨는 서울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쪽방촌에 거주했다. 지난 2004년부터 장장 12년이란 기간이었다. 김씨는 젊은 시절 가족 부양을 위해 건설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자활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가정이 해체된 후 쪽방촌에 들어왔고, 이후로는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해 거의 매일 술에 취해 살았다고 한다. 

 

잦은 음주로 당뇨, 뇌출혈 증상을 앓던 김씨는 서울 은평구의 한 병원에서 지난 8일 끝내 숨을 거뒀다. 당초 김씨는 장례없이 화장하는 '직장(直葬)'으로 처리될 상황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연고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서울조합과 사랑의쉼터가 주축이 돼 작은장례 치른 것이다. 작은장례는 병원이나 전문장례식장이 아닌 주민이 거주하던 곳에서 이웃과 함께하는 마을장례를 뜻한다.  

 

사랑의쉼터 김성만 팀장은 "고인은 건설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며 성실하게 살았는데 가정이 해체된 이후 이곳에 입주했다" 면서 "다시 가정을 회복하고 싶어 했지만 끝내 홀로 떠나고 말았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날 추모식은 사랑의쉼터 교육장에 제단을 마련하고 고인 소개, 제례의식, 추도사, 조문 순서로 진행되었다.  

 

 

 

추모식장 전면에 걸린 녹색천에는 ‘우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부디 편히 가소서’라는 글귀가 걸렸고, 영정사진 좌우로 꽃바구니가 놓였다. 왼쪽 벽면에는 5개의 한두레추모기(만장형 근조기)가 우뚝 서서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했고, 향불이 은은히 타올랐다. 주민들은 국화 한송이를 제단에 바치며 경건한 마음으로 고인의 마지막길을 배웅했다.  

 

김상현 이사장의 짧은 추도사가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김철구씨, 아직 젊은 나이에 신산한 삶을 마감하셨구료. 제 뜻대로 살 수 없어 힘들었던 세상이었지만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소서. 당신 삶의 흔적을 기억하고 추모하고 작은자리를 만들었으니 부디 위로가 되기를 바라오"라며, 고인의 마지막을 추도했다. 

 

이화순 소장은 "무연고 죽음의 경우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채 곧바로 화장장으로 가는데 이런 비인간적인 관행을 바꿔야 한다"며 "오늘의 작은장례가 그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를 총괄한 우은주 서울조합 사무국장은 "그동안 죽음에서조차 차별받고 소외되었던 분들에게 추모식이 작은 위안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웃으로 살았던 주민도 고인을 애도하며 서로에게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길 바라며 가장 초라하고 보잘 것 없는 이의 장례를 가장 성대하고 장엄하게 치르는 사회가 좋은 사회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무연고이거나 경제형편이 어려운 경우 장례절차 없이 곧바로 '직장(直葬) 처리' 되어 주민들의 불만을 샀다. 추모를 할 기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또 ‘나도 저렇게 처리되겠지’하는 불안과 절망감을 느껴왔다.  

 

박동기(61)씨는 "이렇게 장례를 치르니 아주 좋다"며, "앞으로 좀 더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작은장례가 치러졌으면 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 A씨는 "옆집 살던 사람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볼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다"며 "나도 장례를 치러준다고 생각하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을 시작으로 서울조합과 사랑의쉼터는 앞으로 무연고자를 대상으로 한 작은장례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시사상조신문 www.sisasangj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