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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

“세월호 침몰 당일 7시간 박대통령 지시 기록 없다”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된 직후 7시간 동안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내용으로 지시를 했는지 기록돼있지 않다고 청와대가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는 세월호 침몰 당시 청와대의 보고 및 지시사항을 향후 열람이 엄격히 제한되는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하겠다고 말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녹색당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한국기록전문가협회, 한국국가기록연구원은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색당이 세월호 침몰 직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청와대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0일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한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소송 과정에서 청와대가 이같이 밝혔다고 공개했다.

 

청와대가 소송 과정에서 법원에 제출한 ‘4·16 세월호 사고 당일 시간대별 대통령 조치사항’을 보면 박 대통령은 오전 10시 안보실 보고를 처음으로 이날 오후 5시 15분까지 총 18회에 걸쳐 세월호 침몰과 관련된 보고를 받았다. 이중 서면보고는 11회, 구두보고는 7회다. 또 박 대통령은 6차례에 걸쳐 구두로 세월호 침몰 관련해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와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박 대통령에게 구두로 보고한 내용이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이 6차례 지시한 것도 구두로 했기 때문에 기록하지 않았다고 했다.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 등 청와대가 어떤 보고와 지시를 주고 받았는지를 기록한 자료 자체가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난 5월 26일 및 6월 30일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국무회의와 같은 공식 일정에 있어서는 속기록을 작성하는 반면 대통령이 평소 사용하는 업무전화기를 통하여 피고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들에게 지시하거나 보고를 받는 경우나 직접 면전에서 구두로 지시·보고가 있는 경우에는 그 통화와 구두 내용은 별도로 녹음하거나 이를 녹취하지 않는 것이 업무의 관행이나 행태”라고 했다.

 

또 녹색당에 따르면 청와대는 서면보고한 11회의 내용에 대해서도 “내용이 공개되면 향후 업무 수행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비공개를 결정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대통령 조치사항을 법원에 제출하면서도 “2014년 4월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의 방문과 같은 공개일정의 경우에는 현장에 배석한 수행원들이 대통령이 말한 내용의 요지를 정리하는 관계로 좀 더 자세한 내용을 공개할 수 있는 반면, 이와는 달리 대통령이 대통령이 당시 국가안보실장 등에게 구두로 지시한 내용의 경우에는 국가안보실장 등이 요지로 메모하거나 기억하는 내용을 기초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가 제출한 대통령 조치사항은 지난해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4월 1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으며 서면과 유선으로 21차례에 걸쳐 보고를 받고 필요한 지시를 내렸다”고 발표한 내용과도 횟수가 맞지 않는다.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미국의 워터게이트 사건의 경우 대통령의 대화 내용이 다 녹음됐고 나중에 공개되면서 진상을 밝힐 수 있었는데 한국은 청와대에서 어떻게 보고를 받고 어떻게 지시를 내리는지에 대해서 전혀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 위원장은 “소송 과정에서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퇴임할 때 대통령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예정이라고도 밝혔다”고 덧붙였다. 대통령 지정기록물은 다른 기록물과 달리 최소 15년간 비공개 보호기간을 둘 수 있고 이 기간에는 열람과 자료 제출 등이 엄격히 제한된다.

 

김유승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임기가 절반 밖에 안 된 대통령이 지정기록물 지정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미국은 대통령이 백악관 안에서 하는 모든 구두발언도 기록으로 남는데 미국 체제를 그대로 가져와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든 한국 정부가 기록을 하나도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법 취지를 벗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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