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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피해

저비용 항공사, ‘저비용’이라는 단어 무색

국내 저비용항공(LCC)의 실질적인 이용요금이 크게 저렴하지 않아 ‘저비용’이란 이름이 무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대형항공사와는 가격차가 10~20%에 불과하고 일부 해외 노선에선 외국 대형항공사보다도 오히려 더 비쌌다. 같은 노선의 대형항공 대비 50~60% 수준의 요금을 유지하는 해외 저비용 항공과 큰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문제 연구소 ‘컨슈머리서치’가 지난 1~4일 국내 주요 항공사(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주항공, 진에어, 이스타항공)와 해외 항공사(인도항공, 피치항공)가 취항하는 김포-제주, 인천-오사카, 인천-홍콩 구간의 온라인용 왕복 이용 요금을 조사한 결과, 국내 저비용항공의 요금이 국내 대형항공 대비 80~90% 수준을 유지, 통상 50~60%수준인 외국 저비용항공과 큰 차이를 보였다.

 

더욱이 외국항공과 비교해선 저비용항공은 물론 일부 대형항공 요금보다 비싼 경우도 있어 저비용항공 이용 시 요금을 꼼꼼히 비교해봐야 한다.

 

이번 조사는 환불이 불가능하거나 환불 수수료가 과다하고 간헐적으로 판매되는 각종 이벤트 운임, 할인운임을 제외하고 동등한 환불 조건의 운임만을 대상으로 비교했다.

 

경쟁 가장 치열한 김포- 제주 노선 주말 최고가 차이 12%

 

저비용항공의 노선 점유율이 절반에 달하는 김포-제주 노선 운임은 성수기 요금이 적용되는 주말 기준으로 저비용항공사와 대형항공사와의 가격 차이가 12% 남짓이었다.

 

저비용항공 4개사의 주말 최고가 요금은 21만8천 원대를 형성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24만6천200원으로 가격차가 2만8천 원(12%)에 불과했다.

 

초특가 운임이 다수를 차지하는 평일(월~목)은 대형항공에 비해 23.8%~49%로 가격이 제법 벌어졌다. 최저가 요금을 제공한 진에어(7만4천200원)는 최고가 대한항공(14만3천800원)에 비해 49%(6만9천600원) 저렴했고, 저비용항공 중 가장 비쌌던 이스타항공(8만4천 원)과 아시아나항공(11만300원)의 가격차는 23.8%(2만6천300원)였다.

 

인천-오사카 구간 해외 저비용항공보다 크게 비싸

 

국내외 저비용항공사 4곳이 몰려 가장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천-오사카(비행시간 2시간 내외) 구간의 국내 저비용 항공 요금은 제주항공의 ‘할인항공권’ 24만800원, 이스타항공 ‘할인운임’ 25만9천800원이었다.

 

제주항공의 특가항공권은 가격이 더 쌌지만 환불 수수료가 장 당 10만원에 달하는 등 환불조건이 대형항공사와 달라 제외했다. 반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한공의 ‘알뜰e’(28만5천 원) 상품은 비슷한 환불 규정의 제주항공 할인항공권에 비해 4만4천200원(15.5%), 이스타항공 할인운임과 비교해서는 불과 2만5천200원(8.8%) 밖에 차이나지 않았다.

 

해외 저비용항공과 비교해서도 크게 비쌌다.일본계 저비용항공사인 피치 항공은 해피피치 요금으로 최저가 16만 9천원을 기록했다. 피치항공은 유류할증료를 요구하지 않는 대신 추가 위탁수화물, 기내식, 우선좌석지정 등 모든 부가 서비스를 유료로 제공한다.

 

하지만 비행시간이 2시간 남짓 짧아서 이 같은 부가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경우 국내 저비용 항공사 전체를 통털어 최저가를 기록한 제주항공의 ‘특가 항공권’(21만800원)보다 4만1천800원(19.8%)이나 저렴했다. 더욱이 제주항공의 특가 항공권은 환불 수수료가 10만원에 달해 피치항공보다 유리한 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인천-홍콩, 해외 대형항공 운임보다 비싸

 

인천-홍콩 노선에선 국내 저비용항공 운임이 국내 대형항공보단 15~20% 정도 저렴했지만 해외 대형항공사보다는 되레 비쌌다.

 

인천국제공항을 떠나 홍콩을 거쳐 델리로 향하는 인도항공은 확정요금으로 29만9천300원을 제시했다. 일부 저비용항공에서 유료 제공하는 기내식도 무료고, 비행기 기종도 290여명이 동시 탑승하는 최신형이다. 다만 현금결제만 요구하는 점이 단점이다.

 

국내 저비용 항공 중에는 진에어의 ‘슬림한 진’ 운임이 33만5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하지만 환불 시 10만원의 위약금이 부과돼 일정 변경 여지가 있는 승객의 경우 구매가 망설여지는 부분이다.

 

비슷한 탑승 및 환불 조건에서는 진에어의 스마트운임이 37만500원으로 대한항공 ‘알뜰e’ (45만5천400원)및 아시아나의 한정항공권(47만3천600원) 대비 각각 18.8%(8만4천900원), 21.8%(10만3천100원)의 차이를 보였다. 같은 저비용항공인 제주항공(38만8천300원)은 대형 항공에 비해서 겨우 8~14%(3만7천100원~6만7천100원)의 차이만 보였다.

 

동일 탑승조건에서 가장 저렴한 인도항공(29만9천300원)보다는 국내 저비용항공의 운임이 되레 19.3%(진에어)~22.9%(제주항공) 비싼 셈이다.

 

외국 사례…저비용 요금, 대형항공의 50~60% 수준

 

시장 점유율이 40%를 넘겨 대형항공사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유럽의 저비용항공사는 가격이 최대 50%까지 저렴했다.

 

인천-오사카 구간의 비행시간(2시간 내외)과 비슷한 파리-로마 구간을 기준할 때 프랑스 대형항공사 에어프랑스는 최저가 236유로(한화 약 34만4천700원)인 반면 대표 저비용항공사 라이언에어는 수화물 15kg 옵션 포함해서 107유로(한화 약 15만6천200원)로 대형항공사에 비해 절반이상 운임이 저렴했다.

 

비행시간이 비슷한 런던-마드리드(비행시간 2시간 30분)구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스페인 대형항공사 이베리아항공은 최저가 241유로(한화 약 35만2천원)이었지만 저비용항공 이지젯은 126유로(한화 약 18만4천원)로 대형항공사에 비해 역시 절반 가까이 저렴했다.

 

물 한 잔도 돈을 주고 사먹어야 하는 등 각종 서비스는 유료지만 대체로 2시간 남짓 단거리 노선이라 탑승자가 추가 지불해야할 금액은 많지 않다. 취항 노선도 유럽 전역이라 이용객들의 선택의 폭 역시 넓었다.

 

비싼 ‘저비용’ 대책 없나?

 

항공운임은 관행적으로 국제항공수송협회(IATA)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운임에 대한 강제성도 없고 가이드라인도 없다.

 

따라서 저비용 항공 운임도 제한선이 따로 정해지지 않아 대형 항공사와 똑같다 해도 처벌 등의 규정은 없다. 이용객 입장에서 잘 따져보지 않으면 경제적 실익이 없는 구조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저비용 항공사 운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별도로 없고 저비용, 일반항공 모두 항공사 자체적으로 책정된 운임을 정부에 신고 후 적용한다”고 말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국내 항공환경이 지나치게 저비용항공사에 불리하기 때문에 해외와 동일한 기준에서의 가격 비교는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유류비, 공항이용료, 정비비 등 모든 운영비용이 대형항공사와 차이가 없어 운임을 너무 낮추면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것. 또 ‘LCC(저비용항공사) 전용터미널’이 없어 공항이용료 등이 차별화되지 않아 가격인하 여지가 적다고 해명하고 있다.

 

컨슈머리서치 최현숙 대표는 “‘저비용’이란 말에 현혹돼 무턱대고 구입했다간 서비스도 제대로 못받으면서 비용절감 효과도 거두지 못할 수 있다”며 “일반 항공과 저비용간 요금 차이, 환불조건 등을 꼼꼼히 짚어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저비용 항공의 효용이 떨어지지 않을 수 있도록 LLC전용터미널 설치, 다양한 노선 운영권 보장 등 저비용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시사상조신문 www.sisasangj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