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에 강제추행 은폐 ‘이 중사 사망사건’ 수사 종결 후 슬그머니 별건 기소
공군 부사관 성추행 사건의 부실수사로 비판을 받았던 공군이 또 다른 성추행 피해 여군의 사망을 업무상 스트레스에 의한 자살로 처리하려고 시도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지난 5월, 공군에서 성추행과 2차 가해 속에 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 한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적 분노 속에 대통령의 엄중 수사 지시, 국방부장관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이어졌고, 군은 최초로 군검찰수사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특임군검사까지 임명하는 등 수선을 떨었으나 결국 수사는 대국민사기극에 가까운 제 식구 감싸기로 종결되었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가 사망한 채 발견된 날, 부서 상관인 이OO 준위(감독관, 이하 가해자)는 출근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07시 33분 23회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를 하였고, 연락이 닿지 않자 07시 57분경 직접 영외에 위치한 피해자의 숙소(아파트)를 찾아갔다.
이후 08시 09분 숙소에 도착한 가해자는 문을 열려고 시도하는 한편, 창문을 열어 인기척을 확인하고자 했다. 인기척이 없자 아파트 경비실에 찾아가 ‘스페어 키가 있느냐’고 물었고, 08시 45분 대대 주임원사가 도착할 때까지 대기하다, 둘은 방범창을 뜯은 뒤 창문을 해체, 숙소에 진입하였고 08시 48분경 피해자가 사망한 것을 확인한 것으로 인권센터는 이러한 조치는 “매우 특이하고 비상식적이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인기척이 없다는 걸 알고서도 경찰, 군사경찰 119 등에 신고 하지않고 직접 문을 열기 위해 경비실과 열쇠집을 찾아간다. 그래 놓고는 구조요청도 하지 않았다.
숙소 안으로 진입한 가해자는 피해자의 시신을 발견한 뒤 컴퓨터 책상에 있던 A4용지와 노트를 들고, 만지고, 집안을 수색하는 등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수상한 행동을 이어갔다. 사건 현장이 모두 훼손된 것이다. 8비 군사경찰, 군검찰은 변사사건 수사와 별개로 가해자와 주임원사를 공동재물손괴, 공동주거침입, 주거수색으로 수사한 후 기소하였고, 재판은 진행 중이다.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 수사 초기에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고 별도 조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5. 21. 군사경찰은 가해자를 소환해 피해자와의 평소 관계, 피해자에 대한 감정, 사적 만남과 연락을 자주 했는지 등을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 때 가해자는 2021. 3월~4월 초 사이 4. 21. 두 번에 걸쳐 부대 상황실에서 피해자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의 강제추행을 했음을 자백하였다. 피해자가 “얼굴 만지는 거 싫습니다”고 거부의사를 밝혔다는 점도 진술하였다. 실제 4. 21.부터 피해자가 가해자의 전화 연락을 피하는 수가 늘어난 점도 군사경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사망 이틀 전인 5월 9일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만난 부대원 역시 가해자였다. 이날도 가해자는 피해자에게 오전에 전화해 “12시 20분 경에 만나자”고 했다. 집 앞에 도착한 가해자는 자기 차에 피해자를 태운 다음, 약 20분 가량 같이 있었다. 그런데 가해자는 이후 5월 9일 피해자와 통화한 기록을 골라 삭제하였다. 차량 블랙박스 기록도 이미 다른 기록으로 덮여 삭제된 것으로 조사되었다.
8비 군사경찰은 6월 2일 가해자에 대한 거짓말탐지검사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의뢰했고, 가해자는 “현장에서 노트북이나 유서 등 기록물을 챙겨 나온 일이 있습니까?”, “함께 근무하는 동안 피해자와 성적인 스킨십을 하거나 성관계를 한 적 있습니까?” 라는 두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고, 이는 모두 거짓으로 판정되기도 했다.
그런데 8비 군사경찰은 변사사건수사 결과에 강제추행 관련 사실은 하나도 반영하지 않았다. “변사자는 자재관리 담당으로 보직이 변경되면서….체계 불안정에 따른 업무 과다, 코로나-19로 인해 민간보다 제한되고 통제되는 군대에서의 삶, 보직변경의 불확실함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한 것으로 추정” 된다는 내용 뿐이었다. 강제추행 사실을 군사경찰이 최초로 인지한 날은 공교롭게도 故 이예람 중사가 사망한 채 발견된 날이었다고 군인권센터는 설명했다.
유가족은 피해자가 강제추행을 당한 사실을 변사사건수사가 끝나고 순직이 결정 될 때까지도 몰랐다. 다만평소 피해자의 성격, 가해자의 행태,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 점, 가해자 및 주임원사가 무리해서 집 안으로 진입하기 위해 시도했던 점 등에 대해 계속해서 의구심을 제기하였다. 이에 6월 17일 가해자가 부대에 피해자 사망을 보고하기 전 증거인멸을 시도하였다고 판단하여 8비행단장, 군검사, 수사과장에게 구속수사를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의심스러운 정황 속에 유족은 일단 가해자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수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민원을 비행단에 재차 접수하였다.
그러자 6월 22일 담당 군검사(중위 진교빈)는 “관련 혐의에 대해 유족 요청에 의해 진정사건으로 진행하고 있고, 법리검토 중이다”며 금시초문인 사실을 마치 유족 요청에 따라 수사한다는 식으로 답변을 보낸다.
그러나 유가족이 변사사건 수사기록을 정보공개청구한 데 대해서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관련 진정사건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결된 후에야 열람 등사를 할 수 있다며 비공개 처분을 했다. 진정 사건은 변사사건 수사와는 별건으로, 군검사 진교빈의 말은 거짓말이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8비 군사경찰과 군검찰은 가해자에게 자백까지 받고도 성폭력 사건을 묻어뒀다. 사망사건과 성폭력의 연관성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 관할을 뛰어넘어 공군본부 보통검찰부에서 강제추행 사건을 입건, 기소했다"며 공군이 초기에 성추행 부분을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또 “지난 11월 2일 가해자(이 모 준위)와 주임원사에 대한 주거침입 등 사건 3차 공판에서 공군 공중전투사령부 보통군사법원(재판장 대령 권상진)은 강제추행 건을 주거침입 등 사건에 병합하고 변론을 종결하려했다”며 공군 법원이 성추행 사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종결하려 했다고 지적했다.
센터는 “강제추행죄는 '성폭력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피해자의 진술권을 보장하고 있는 성범죄”라며 “당일 병합 결정을 알려주고 변론을 종결하겠다는 것은 법률에서 보장하고 있는 유족의 권리 행사를 법원이 방해하겠다는 뜻과 다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대로 된 사건의 진실 규명을 통해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반드시 고리를 끊어야 한다”며, “사망의 인과관계를 살펴 가해자를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은 물론, 아울러 사건 은폐와 축소를 모의해 온 수사 관련자 및 지휘계통에 대한 처벌 또한 함께 이루어 져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관련 일자별 Time-Line>
5월 11일 피해자 사망
5월 21일 가해자 이00 참고인 진술
6월 10일 피해자 변사사건조사 종결 / 순직결정
>>6월 18일 피해자 장례식
6월 17일 오전 : 유족 / 단장, 검사, 수사과장에게 구속수사요청서 서면 전달
6월 17일 오후 : 유족 / 군사법원에 감독관 구속 의견서 제출
6월 19일 구속요청 기각
6월 ??일 유족 /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으로 군검찰 및 수사과장에게 수사 요청
6월 25일 유족 / 사건 관련 조사기록 정보공개 요청
7월 7일 유족 / 정보공개청구 거부한 군검찰 처벌 요구 민원 접수
7월 8일 8전비 군사경찰 / 가해자 및 주임원사 폭처법 위반 송치 유족에게 통보 (송치는 7월 6일)\
7월 15일 8전비단장, 담당검사, 수사반장 / 피해자법률대리인 사무실에서 사건 진행 설명회
7월 26일 8전비검찰 / 가해자 및 주임원사 폭처법으로 기소
8월 3일 공군본부 군검찰 / 감독관에 대해 군인등강제추행으로 입건하였음을 통보
9월 13일 폭처법에 대한 1차 공판 진행
9월 5일 유족 / 조사기록에 대한 정보공개청구 완료 > 유족, 강제추행사실 인지 (10월 8일 추가 기록 받음)
10월 14일 공군본부 군검찰 / 가해자 군인등강제추행으로 기소
10월 15일 폭처법에 대한 2차 공판 진행
11월 2일 폭처법 3차 공판, 공군공중전투사 보통군사법원 / 강제추행건 병합 신청에 대해 재판부 받아들임
11월 5일 유족 / 군사법원에 강제추행건 병합에 대한 병합분리 요청 민원 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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