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활·문화

MBC 실화탐사대, 옷가게 장사장의 비밀

 

앞에선 선량한 사장님, 뒤에선 사회적 약자들의 돈을 노리는 목사? 두 얼굴의 남자

17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선량한 이미지로 포장해 노동 착취와 기초수급비를 빼돌리는 한 목사와 백수임을 내세우는 ‘백수 브이로그’ 콘텐츠의 유행을 통해 청년 백수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공개했다. 

어려운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작은 등불이 되어준 한 남자가 있다. 장애인을 돌보고 노숙자들의 밥을 챙겨주는 선행을 하는 사람. 그 주인공은 옷가게를 운영하는 장(가명) 사장이다. 

그런데 그곳에서 노동 착취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4명의 지적 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옷가게에서 하루 종일 일을 했지만 일당으로 단돈 만 원을 받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나면 장사장의 집으로 가 밥을 하고, 청소까지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다른 직원의 말은 달랐다. 갈 데 없는 장애인을 거둬서 돌봐주는 선량한 사장이라는 것. 거기다 장사장의 다른 직업은 목사인데 2년 전에는 죽은 심령을 살리고 불치의 병 고침을 받는다는 기도원을 운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노동착취를 당한 사람이 있었다. A씨는 기도원 밭에서 매일매일 일했지만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했을 뿐 아니라 주거비용까지 지불했다고 주장했고, B씨는 일을 시키기 전에 막걸리 한잔을 사 줄뿐 역시 임금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상한 점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장목사는 알코올중독자나, 치매 환자, 장애인에게 명함을 주며 사람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급비를 월세, 전기요금, 숙식비등의 명목으로 모두 인출해갔다.

제작진은 노동착취를 당했다는 4명의 지적장애인과 함께 장목사를 찾아갔다. 장목사는 모든 혐의를 부인했는데, 먼저 4명의 장애인들은 일을 할 능력이 부족해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오히려 자신이 그들을 보살폈다고 주장했다. 

수급비를 인출한 것은 지적장애인들을 보살피는 비용이었고, 그들에게 지급된 일당 1만원은 본인들의 수급비를 돌려주었다는 것. 옷 가게에서 일한 것은 한집에서 사는 가족 같은 관계라 도와준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장목사는 그런 가족 같은 이들에게 전기요금과 주거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꼬박꼬박 받아왔던 것이다. 피해 소식을 들은 4명의 진짜 가족들은 목사라는 얘기를 듣고 믿고 맡겼는데 화가 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등으로 키울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현재 시청에서는 장목사의 횡령에 대해 조사를 진행 중이고, 경찰은 사건을 인지하고 피해를 당한 4명에게 진술서를 확보한 상태이며, 피해자들은 시청에서 마련한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생활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한편, 누구나 영상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1인 미디어 시대. ‘먹방’부터 쇼핑, 영상 일기인 브이로그까지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나오는 가운데, 이른바 ‘백수 브이로그’까지 등장했다. 

백수 브이로그는 말 그대로 직업 없이 집에 있는 백수들이 자신의 하루를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이다. 청소하고 빨래하는 모습부터 숨기고 싶은 자신의 사연이나 대출 상황, 월세 30만 원짜리 옥탑방 안의 모습, 생활비 지출을 아끼는 방법까지 가림 없이 보여주는 백수 브이로그.

백수 브이로그를 만드는 이들이 백수가 된 사연은 다양했다. 어떤 이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이 안 좋아서, 또 다른 사람들은 동료들보다 업무가 서툴러서, 스펙이 부족해서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런가 하면 창업의 꿈을 위해 대기업을 박차고 나왔다가 코로나19로 가게가 문을 닫으며 백수가 된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백수 브이로그를 하는 이유는 똑같았다. 자신을 솔직하게 내보여 인정받고,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이런 세태를 기성세대는 대부분 이해하기 힘들어 했다. 쉽게 말해 ‘백수가 자랑이냐’는 것. 하지만 수없이 경쟁에 내몰려 스펙을 쌓고,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이 시대의 또 다른 청춘들은 이런 영상에 ‘공감하고 위로받는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김혜원 청소년문화상담학과 교수는 ‘취업이 어려운 현재 상황 때문에 기회가 좌절된 청년들이 백수가 되고 있다. 예전과 달리 사회 부적응이 아닌 다른 형태의 백수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고 진단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인해 직업을 잃은 사람들이 대거 백수 브이로그 제작에 뛰어들고 있었다. 그들은 구독자와의 소통으로 힘겨운 현실에서 힘을 얻고, 활기찬 일상을 보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들은 백수 브이로그로 얻는 수익은 크지 않지만, 돈보다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가 주목해야 할 이야기를 전하는 MBC '실화탐사대'는 도쿄올림픽으로 인해 3주간 쉬었다가 8월 14일(토)부터 방송이 재개된다.

 

<시사상조신문(www.sisasangjo.co.kr )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