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사찰건물 내 봉안당 '취소처분' 취소 청구 기각

 

수성구청, 봉안당 설치승인 후 번복 취소처분 '적법' 

대구지방법원 제2행정부(이진관 부장판사)는 '법왕사' 주지가 대구 수성구청을 상대로 낸 봉안당 설치신고 수리처분의 취소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대구 파동에 위치한 '법왕사' 측은 지난해 6월 9일 사찰건물 내 3층에 1,902기의 유골 또는 사리를 안치할 수 있는 봉안당을 설치하겠다고 신고하였고, 수성구청은 이를 접수 후 승인했다.

이후 수성구청 담당공무원이 확인 결과, 봉안당을 설치하겠다고 신고한 사찰지역이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속해 있었던 것이다. 이에 관련 법령에 따라 봉안시설을 설치할 수 없는 지역임을 인지하고 봉안당 설치 승인을 허가한 처분을 번복하여 취소한다고 2020년 6월 17일 사찰 측에 긴급히 통보했다.

하지만 사찰 측은 수성구청 승인에 따라 6억 5천만원의 비용을 들여 봉안당 시설을 설치하고 이미 14기의 유골을 안치한 상태에서 봉안당 허가를 취소한다는 것은 부당하다며, 같은해 7월 14일 대구광역시 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지만 기각되었다. 

이후 사찰 측은 정식 소송을 제기 후 "봉안시설이 설치된 법왕사와 인접한 유치원은 대부분 통학버스를 이용하므로 일반 학교시설의 교육환경과는 차이가 있다"며, "여기에 수성구청 담당공무원이 나와 2차례의 현장점검을 했으며, 건물의 위치 및 형태 등을 모두 파악한 후 봉안당 설치를 승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억의 비용을 들여 봉안시설을 설치하고 14건의 안치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구청의 취소처분 번복으로 인해 막대한 불이익을 입게됐다"며, "구청 공무원이 봉안당 설치신고를 수리해준 만큼 사찰 측에서는 과실이 없고 설치한 봉안시설의 위치, 기능 등에 비추어 공익을 현저히 해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는데 단지 행정착오로 승인을 취소한다는 것은 제한 법리 및 신뢰보호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사찰건물 3층에는 창문 자체가 없어 봉안시설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알기 어렵고, 유치원과 초등학교 학생들의 등하교 및 교육시간, 이동수단 등을 고려할 때 봉안시설이 학생들의 보건환경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고 볼 만한 근거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하면 수성구청의 번복 취소처분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수성구청의 취소처분의 근거로 삼은 사유 중 일부는 위법하지만, 나머지 처분사유만으로도 그 취소처분의 정당성이 인정된다면, 그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익적 행정행위를 취소 또는 철회할 때에는 공익상 필요와 처분의 취소 또는 철회로 인하여 당사자가 입을 기득권과 신뢰보호 등 불이익을 비교교량하여 공익상 필요가 당사자의 기득권 침해 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강한 경우에 한하여 취소 또는 철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찰건물의 부지는 교육환경 보호에 관한 법률상 교육환경보호구역에 속하고, 위 법률은 학생의 보건·위생, 안전, 학습과 교육환경을 보호하여 학생들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게 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봉안당 설치신고 수리를 유지하는 것은 관련 규정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으로 취소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이 원고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 했다.

이어 "종교단체가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봉안시설이 금지되는 경우에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제한 문제가 발생하나, 일반인의 입장에서 봉안시설이 두려움과 기피의 대상이 되는 부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는 이상 학생들에게 기피감정을 느끼게 하고 그들의 정서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없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봉안시설을 종교시설 내에 설치하는 문제가 종교의 자유의 핵심 영역에 속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 사건 취소처분이 원고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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